[칼럼스크랩] 장애 자녀와 함께한 힐링 이야기 “멈추어 고민해도 답이 없음을 알기에” 리뷰
캘리포니아 피나클스 국립공원 ‘Pinacle 3’(이하윤 그림, 2023) 아크릴. “멈추어 고민해도 답이 없음을 알기에”(지식과 감성, 2024) 표지로 사용된 그림이다. ©서인환
이하윤 작가의 그림 전시회가 지난 9월 10일부터 22일까지 갤러리 반포포대로5에서 열렸다. 이하윤 작가는 ‘도와지’에서 잠시 그림 공부를 한 적이 있고,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주관한 에이블아트 베이스캠프에도 참가한 적이 있다. 그리고는 소식이 끊겼다.
7년이 지나 그동안 미국에서 그림을 그리고 지냈다며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그림공부를 하던 발달장애인 중 한 사람이었던 이하윤은 이제 개인전을 할 만큼 성장해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하윤 작가는 아빠가 미국으로 발령이 나서 가족이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서 300편이 넘는 그림을 그려 왔는데, 그림들은 일부 수성 물감을 더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것들이다.
밑그림을 굵게 그리는 이하윤 작가는 유화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묵직함을 담아낸다. 빛과 그림자의 표현 기법으로 자신과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어두운 자신과 밝은 꽃, 어두운 땅과 바다와 밝은 하늘을 대조시키면서 현실과 꿈을 그려낸다. 자기 나름으로 익히고 즐겨온 그림들은 기교를 전혀 가미하지 않아 날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순수하여 평온이 담겨져 있다. 완성도를 고민하며 한껏 기교를 부린 작품보다 창작을 즐기는 그림이 얼마나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현실은 많은 여행을 통해 즐거움을 추억하는 것이고, 미래는 미지의 세계이나 호기심과 신뢰를 보여준다. 그래서 전시회 타이틀이 ‘물이 되는 꿈’이다. 길이 닿아 있는 바위를 보면서 그 길 건너 넘어가면 바다와 같은 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힘든 오티즘의 세계를 넘고 넘어 희망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루틴을 하나하나 깨면서 견딘)이다.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과 여행의 즐거운 추억을 통해 사람들에게도 힐링을 나누고자 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창작스튜디오 캠프에서 인연을 맺은 ‘예술하는 오아시스’(대표 서민지)가 기획한 전시였다.
이하윤 작가는 2005년생으로 2022년 GS건설에서 열린 그룹전 ‘Dream Connect’에 참가하였고, 2023년에는 캘리포니아 사라토가에서 개인전을 연 바도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이하윤 작가의 어머니 이영덕 작가가 쓴 “멈추어 고민해도 답이 없음을 알기에” 출판기념회를 같은 장소에서 가졌다. 진행은 결혼 전 직장 동료였던 ‘아침마당’의 작가 김윤양이 맡았다.
삽화로 이하윤 작가의 그림을 넣었고, SNS에 써왔던 일기를 모아 설명과 감흥을 곁들여 편집한 책이다. 1부 ‘일상을 걷다’는 가족 이야기 중 특히 이하윤의 이야기를 쓰고 있고, 2부 ‘자연을 걷다’는 이하윤과 함께 했던 여행기록들이다. 여행에 대한 안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에서 겪은 남다른 문학적 이야기를 수필로 쓴 것도 아니다. 바람과 바다, 산과 하늘의 아름다움으로 힐링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 일기를 왜 읽어야 하나 생각하면서 읽으면 내용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저 그런 곳이 있구나 하고 그림과 글을 보면 시간이 아깝거나 지겨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쉽게 가보지 못하는 자연 풍광을 그림과 설명으로 간접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한다면 힐링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멈춘다는 것은 고민한다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즐긴다는 것이다. 멈춘다는 것은 갇힌다는 것이고, 걷는다는 것은 자유와 해방이다. 5세에 자폐성 장애를 진단받은 하윤이를 치료하기 위해 치료실 난민 생활을 해 오다가, 미국에서 재활시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처음 시작한 것이 여행과 산책, 그리고 그림 그리기였다.
막막했던 장애판정의 충격 속에서도 시간이 지나니 살아지더라고 이영덕 작가는 말한다. 흐리거나 비가 오나 기다리면 다 괜찮아진다는 것을 날씨에서 배웠다고 한다. 미국의 특수교육은 틀을 정하거나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는데, 가족을 포함한 관련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여 계획을 수립함에 놀랐다고 한다.
하윤이는 센서리 문제가 심한데, 특히 우는 소리나 소음을 견디기 힘들어해서 이럴때에는 이어폰을 사용한다. 이영덕 작가는 장애도 쉽지 않았지만 편견이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오빠를 가르치기 위해 마련한 피아노가 오빠는 흥미를 보이지 않아 하윤이에게 음악을 가르쳤는데, 음악은 경계를 허무는 소통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피아노는 혼자 연주하지만 첼로는 협연을 주로 하기때문에 어울림과 소속감을 가지도록 첼로도 가르쳤다. 역할을 맡고 소속감이 생기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멋져 보이려고 하는 음악이 아니라 행복하게 느낄 때, 듣는 사람에게도 그 기쁨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한다. 이는 그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애가족을 지원하는 굿씨드와 음악과 미술 활동을 하는 AMASE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그리고 여행에서 호기심도 기르고, 인내심과 유연함을 기를 기회를 얻어 이를 작가는 네이처 세라피(자연 치유)라고 한다. 코로나가 어쩔 수 없이 가족끼리 있는 시간을 늘려 주어 숙박시설 같은 집이 아닌 가정으로서 복원시켜 좋은 프랜드 관계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후배 엄마들에게 실패한 경험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큰 재산이 되어 아이들이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하윤이가 어느날 피곤한 엄마를 위해 설거지를 돕고, 요리를 하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도 나누어주는 것을 보고 작가는 누가 우리 아이의 한계를 정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고무장갑을 무서워해 주방 근처도 가지 않던 하윤이의 행동 변화는 작가를 감격하게 만들었다.
하윤이가 그림을 생활화하다시피 하면서 그림과의 대화에서 발전하여 친구와 가족과 대화하는 마음을 열었다고 믿으며, 자연 속에서 처음에는 왜 걸어야 하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짜증 내던 하윤이가 이제는 먼저 앞서가며 자연을 즐기면서 자연과의 호흡을 통해 즐거움과 자기 통제력을 배웠을 것이라 믿는다.
안전거리 유지가 불가능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환경, 즉 불안과 긴장을 야기하는 환경이 최소화하면서 성장한 것이지, 불안이 그냥 낮아진 결과로 보지 않는다. 하윤이가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문제였음을 말한다. 친구가 입은 티를 자신도 입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하자 교사가 그 티를 입혀준 이야기를 하면서 오티즘은 워낙 다양한 스펙트럼이라 자신은 하윤이 전문가일 뿐, 오티즘 전문가는 절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면 아이에게는 엄마밖에 곁에 없다는 걱정도 털어놓는다. 장애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고, 질병이 아니라 그냥 사람일 뿐이라고도 말한다. 빨간 고무장갑에 공포를 느끼는 하윤이가 부엌에 들어간 이야기를 하면서 어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잘 다독여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시도 때도 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요구하고 묻고 하는 것을 작가는 불안과 속상함을 나아지게 하는 기회라고 말한다. 부족한 것은 받아들이고 즐겁게 사는 법을 추구하기 위해 음악, 미술, 여행과 운동을 한다. 하윤이는 잘하려는 욕심이 많은데, 결과에 실망할까 적당함을 택한다고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 동네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특히 장애아이는 더욱 그러하다. 부모로서 양육한 경험을 설명하면서 스스로 갇혀 있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주변에 무심할 것이라는 것도 편견이다. 실패를 걱정하지 말고 부딪히고 넘어지는 것이 필요한데, 많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유럽 연주 여행의 경험은 스스로 세상에 나아가는 기회였다고 한다. 여행에서 만난 자연은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므로 탐색하고 느끼고 이야기를 나눌 포근한 대상이라고 한다.
여행에서 관찰하고 기억하여 그리는 그림들은 하윤이를 몰입하고 집중하고 견디는 계기를 만들었다. 캠핑에서는 자연스럽게 좁은 공간에 밤을 같이 보내면서 대화를 통해 공감을 가지도록 했다. 음악 연주 발표에서 보내 주는 환호와 박수가 하윤에게 성취감과 정체성을 갖게 하여 현재의 하윤을 만든 여행과 동급의 공로자가 아닌가 싶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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