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863-앙886ㅇ
야간 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박상은 옮김
2015|푸른숲주니어
ISBN : 9791194706199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해도,
우리는 늘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나요.
대체 그건 뭘까요?”
-작중 ‘리비에르’의 말
보이지 않는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 비행은 1930년대 남미 항공우편 노선을 배경으로, 인간이 감당해야 할 선택의 무게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항공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않았던 시기, 어둠과 폭풍을 가로지르며 편지를 나르던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모험을 넘어 존재의 조건을 되묻는 서사로 확장된다.
소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기지에서 모든 노선을 총괄하는 리비에르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그는 각지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우편을 연결해야 하는 임무를 지휘한다. 한 편의 지연은 전체 흐름을 흔든다. 그에게 비행은 개별 조종사의 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이어 주는 하나의 체계다.
그 질서를 시험하듯, 파타고니아 노선을 맡은 조종사 파비앵은 밤하늘에서 거대한 폭풍과 맞닥뜨린다. 별빛조차 사라진 구름 속에서 그는 방향을 잃고, 계기판과 무선 신호에 의지한 채 비행을 이어 간다. 기지에서는 그의 위치를 더 이상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짧은 교신만이 그가 아직 비행 중임을 알려 준다.
리비에르는 상황을 보고받는다. 기상은 악화되고 다른 노선의 항공기들도 위험에 놓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운항 중단을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지금 멈춘다면 어렵게 구축한 항공우편 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판단은 때로 비정하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단순한 효율이 아니라 무너져서는 안 되는 질서를 유지하려는 강철같은 의지가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