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서브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느티나무 창원시장애인부모회 부설 창원발달장애인가활센터

탑메뉴

메인메뉴

발달장애가 삶의 제약이 되지 않는 창원

서브메뉴

정보제공

복지정보 소개/안내

복지정보 소개/안내

[언론스크랩]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주택 첫 삽 “‘여기가’ 바로 내 집이에요!”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46회 작성일 23-06-29 18:42

2일 장애인 자립지원 매입임대주택 ‘여기가(家)’ 착공식
중증장애인, 자녀 동반 가구, 1인 청년, 총 28가구 입주
비리와 인권침해 맞서 싸운 장애인 당사자 투쟁의 결과
6월 착공, 내년 2월 입주…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살자”

착공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시설 없는 세상, 자유로운 삶!”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착공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시설 없는 세상, 자유로운 삶!”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시설이 아닌 ‘여기가’ 바로 내 집이에요!”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 있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구 석암베데스다요양원) 터에 장애인 자립지원 테마형 매입임대주택 ‘여기가(家)’가 들어선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주거서비스를 받으며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형태다. 향유의집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이들의 탈시설을 도운 직원, 탈시설단체 활동가 등 150여 명은 2일 오후 향유의집 터에 모여 착공식을 열고 6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 폐지, 36년의 이야기

2021년 4월 30일, 한국 사회 최초로 장애인거주시설이 스스로 문을 닫았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탈시설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자체 행정명령에 의한 ‘시설 폐쇄’는 종종 있었지만, 사회복지법인이 직접 거주인 전원의 탈시설을 추진하는 ‘시설 폐지’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1985년부터 운영된 사회복지법인 프리웰(구 석암재단) 산하 대형시설, 100명이 넘는 거주인이 머물렀던 향유의집 이야기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07년, 향유의집의 옛 이름인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 거주하던 중증장애인 한규선 씨는 TV를 보다가 장애수당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 시설에 있는 어느 누구도 거주인에게 장애수당이 무엇인지, 그걸 받을 자격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한 씨가 석암재단의 장애수당 갈취 사실을 복지부에 알리자, 요양원은 발칵 뒤집혔다. 장애수당 횡령, 식자재비 허위 청구 등 거대한 비리와 인권침해 문제가 속속히 밝혀졌다. 이듬해인 2008년, 장애계는 석암재단 인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석암재단 비리 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석암공대위)’를 꾸렸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결성한 ‘석암비대위’, 시설 직원들이 결성한 ‘석암노조’, 그리고 석암공대위는 그해 1월 비리 책임자 1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이사진 전원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향유의집 내부. 양쪽으로 방과 화장실이 늘어서 있다. 사진 하민지향유의집 내부. 양쪽으로 방과 화장실이 늘어서 있다. 사진 하민지

그리고 2009년 6월,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 모인 석암비대위 소속 장애인 8명은 결심했다. ‘더는 시설에서 살지 않겠다. 노숙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살겠다.’ 62일간의 노숙 농성이 이어졌다. 탈시설 정책을 거부하던 서울시는 그해 8월 지자체 최초로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을 수립했다. 이어 서울시가 발표한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 1차 계획(2013~2017)’은 전국으로 확대돼 2021년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 로드맵 발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탈시설 정책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끝자락을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옮긴 장애인 당사자들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9년 석암재단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로 이름을 바꾸고 법인 차원의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비리 책임자를 청산하고, 탈시설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시설 폐지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해나갔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시설 폐지 매뉴얼이 부재한 상태에서 탈시설이라는 거대한 전환은 오롯이 법인과 시설의 몫이었다. 2018년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프리웰 이사장을 맡으면서 탈시설 추진이 가속화되었다. 프리웰은 장애 정도와 유형에 관계없이 시설에 있는 모든 장애인의 탈시설이라는 성과를 일궈냈고, 그 결과 향유의집은 3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21년 4월 30일의 일이다.

별관 뒤로 버려진 휠체어들과 소화기들. 먼지와 낙엽이 쌓여 있다. 사진 하민지별관 뒤로 버려진 휠체어들과 소화기들. 먼지와 낙엽이 쌓여 있다. 사진 하민지

- 폐지 2년 뒤… 존엄조차 증발한 죽음의 흔적들

‘향유의집 폐지’ 이후 2년이 흘렀다. 이날 오전 기자가 찾은 향유의집에는 거주인들의 열악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먼지와 거미줄로 뒤덮인 선반과 벽면, 덕지덕지 뜯겨져 나간 바닥 타일을 지나니 ‘복도에 방방방’이라고 불리는 시설 내부가 눈에 훅 들어왔다.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방문, 변기 하나가 딸린 화장실이 방 두 개를 관통하는 생활공간. 한 방에 거주인 네다섯 명이 함께 살고 있었음을 고려하면, 열 명 남짓한 인원이 화장실 한 개를 나누어 쓴 것이다.

거주인들이 휠체어 없이 바닥을 기어 다녔다는 추측은 ‘인권위 진정함’을 보면서 확신에 가까워졌다. 향유의집 본관 1층에 있는 진정함은 지체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려온 높이(비장애인 성인 남성 기자의 무릎 아래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진정함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시설 직원에게 맡겨졌다. 거주인에게는 어떤 진정함도 무용지물이었다. 인권침해를 가하는 사람과 인권침해 진정을 확인하는 사람은 모두 ‘시설 사람들’이었다.

두 개의 방 사이에 있는 화장실. 거주인이 씻고 있어도 누구든 들어와서 볼일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사진 하민지두 개의 방 사이에 있는 화장실. 거주인이 씻고 있어도 누구든 들어와서 볼일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사진 하민지

 

가파른 경사로 끝에 설치된 매트릭스. 한 휠체어 이용자가 다치고 나서야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사진 하민지가파른 경사로 끝에 설치된 매트릭스. 한 휠체어 이용자가 다치고 나서야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사진 하민지

별관과 달리 3층짜리 본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대신 층층마다 가파른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다. 경사를 정면으로 내려오면 휠체어에 가속도가 붙어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시설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대신 경사로 끝에 충격을 흡수하는 매트릭스를 한두 개씩 비치했다.

본관 건물 2층에 있는 휴게실은 사실상 ‘시체실’로 쓰였다. 시설에서 사망한 거주인의 시신을 가족이 인수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휴게실에 칸막이를 치고 시신을 하나둘 쌓아두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애도하지 않는 죽음이었다. 시설 내 무연고 사망자는 최소한의 존엄조차 증발해버린 듯 쓸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다.

1층 복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니 휑하니 놓여 있는 밥수레가 보였다. 직원들은 지하 1층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이 수레에는 거주인들의 식사를 날랐다. 식사 시간이 되면 밥과 국과 반찬을 실은 수레가 30여 개의 방문을 두드렸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식사, 정해진 공간. 거주인 100여 명은 방 안에서 조그만 개다리소반에 둘러앉아 밥을 먹거나, 몸을 바짝 낮춰 앉아 신문지를 깔고 식판을 바닥에 내려놓고 식사해야 했다.

착공식 현장. 왼쪽에 향유의집 내부 물품들이 놓여 있다. 사진 하민지착공식 현장. 왼쪽에 향유의집 내부 물품들이 놓여 있다. 사진 하민지

- “여기가(家) 내 집이에요!” 장애인 자립지원주택 착공식

거주인들이 이곳을 떠난 지는 2년이 넘었고, 향유의집에는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향유의집 일대를 사들여 6월부터 테마형 매입임대주택 ‘여기가(家)’ 착공에 돌입한다. 총 3개 필지에 총 28가구(A동 12가구, B동 8가구, C동 8가구)와 놀이터, 산책로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돼 단차가 없는 출입구, 자동문, 휠체어를 고려한 화장실 등이 만들어진다. 활동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뿐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 1인 가구 청년이 섞여 살아가는 ‘소셜 믹스’ 효과도 기대된다. ‘여기가(家)’는 내년 2월 입주를 목표로 현재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김정하 프리웰 이사장이 착공식에서 발언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하민지김정하 프리웰 이사장이 착공식에서 발언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날 착공식에는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을 비롯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계순·정영혜 김포시의원,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등 정계와 시민사회 인사가 참석했다. 첫 번째 축사에 나선 김정하 활동가는 “예전에 탈시설한 어느 발달장애인이 집들이에 저를 초대해서 ‘여기가 내 집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 수십 년간 시설에서 생활할 땐 하지 못한 말이다. 모든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자기 집을 소개하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셨으면 한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며, 내년 초 예정된 ‘여기가(家)’ 입주식까지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그 시각 향유의집 입구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원 8명이 착공식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김 활동가는 “(반대 시위에 나선) 부모님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장애인 자녀가 시설에 가면 보호받고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시설 문을 닫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만드는 일에 함께 피켓을 들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활동가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의 길고 짧은 축사가 이어졌다. 김주영 의원은 “중증장애인 당사자, 자녀가 있는 가족,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이 생긴다니 기쁜 마음이다.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장돼 더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래군 이사는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을 거쳐 향유의집 폐지까지 정말 힘든 과정을 이겨낸 결과다. ‘여기가(家)’가 장애인이 한평생 시설에 갇혀 살아야 하는 현실이 잘못되었음을 알리고, 장애인과 지역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주거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이곳에서 장애인운동의 새로운 역사가 피어날 것”이라고 축사했다.

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이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이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정재원 향유의집 전 원장은 “진통의 아픔과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 이 (향유의집) 터가 아닐까 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의 삶이 건강하고 아름답길 바란다”고 했다. ‘마로니에 8인’ 중 한 명인 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은 “20년간 향유의집에서 살다가 환갑이 다 되어 ‘내가 탈시설하고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 농성을 했고, 시설 법인의 비리를 척결했다. 탈시설장애인들이 김포에서 살 수 있는 ‘여기가(家)’ 착공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2023년 5월 2일, 한국 사회 최초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이 첫 삽을 떴다. 착공식을 기념하는 테이프 커팅식이 끝나고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시설 없는 세상, 자유로운 삶!”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함께 살자!”

테이프 커팅식. 사진 하민지테이프 커팅식. 사진 하민지
출처 : 비마이너, 하민지 기자

배너

카피라이터

사)경상남도장애인부모연대 창원시지회 부설 발달장애인가활센터
주소.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로 99 (흥국생명 2층) / Tel. 070.7774.2021 / Fax. 055.293.2023 / E-mail. cwbumo1004@daum.net
Copyright(C)gahwa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