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스크랩] "드라마 속 우영우, 현실은 달라"… 마음 아픈 발달장애 가족들
지난 5일 대전 서구 도솔산을 오르던 중 발달장애인 이지영(19‧왼쪽) 양의 신발끈이 풀리자 어머니 성경미(46) 씨가 묶어주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발달장애 딸을 둔 성경미(46·대전 서구 내동·가명) 씨는 최근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즐겨보면서도 현실과의 괴리에 마음 한편이 아프다.
지적·자폐성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성 씨의 딸 이지영(19) 양은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발달장애인 우영우와 여러모로 다르다.
성 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딸에게 우영우처럼 해보라거나, 저보고 딸을 왜 우영우처럼 키우지 못했느냐고 가볍게 말하는 분들이 있다”며 “드라마에선 우영우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실 속 발달장애인들은 도움보단 평생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4~5살 수준의 인지 기능을 보이는 이 양이 어머니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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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성 씨는 매일 아침 손 양을 씻기고,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특수학교 통학차량을 태워 보내느라 전쟁을 치른다.
아이를 등교시키면 그때부터 청소와 빨래 등 밀렸던 집안일을 하기 시작한다.
재활치료 등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틈틈이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며 조금이나마 돈도 벌어야 한다. 복지관과 심리치료센터, 작업치료센터 등에 매달 소요되는 돈만 40~50만원 수준이다.
이 양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어머니 성 씨에게 허락된 유일한 개인 시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년에 이 양이 성인이 되면서 사라질 예정이다.
성 씨는 “성인이 된 딸을 맡길 주간보호나 활동 기관을 알아보고 있는데 시설이 많지 않고, 일부는 연령제한이 있다”며 “이동하는 데도 제약이 있다 보니 집과 가까운 기관을 찾고 있는데 이런 기관에 입소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대전 중구 용두동에서 자폐성 발달장애인 김모(24) 씨를 양육 중인 최모(54) 씨는 아들을 ‘축지법을 쓰는 소년’이라고 칭한다. 잠깐 정신을 놓고 있으면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로 아들 김 씨의 활동력이 왕성하기 때문이다.
최 씨 역시 “성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하루 종일 자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도 입원을 못 할 정도로 개인 시간이 없다”며 발달장애인 돌봄 시설 부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대전에 있는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48곳 중 40곳에 문의해본 결과 25곳에서 “입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25곳 중 20곳은 이미 만원이었고, 5곳은 발달장애인을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서구에 있는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정원이 13명인데 현재 입소 대기인원이 40명가량 된다”며 “한 번 들어오면 나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입소까지 몇 년은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의성 배재대 기독교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을 집에 혼자 방치하면 상태가 점점 악화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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