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스크랩] 자폐 장애인들이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 ‘메모리’
하음오케스트라 연주회 모습
모든 단원들이 지휘자를 응시한다. 곧이어 지휘봉의 움직임과 눈빛을 교환하며 섬세하게 때로는 과감히 연주한다.
이들은 프로 연주자나 일반인이 아닌 제주도내 23명의 ‘중증 자폐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음오케스트라(단장 송수연)의 단원이다.
자폐는 ‘심리적으로 자기 세계에 고립돼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정신 현상’을 말한다.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운 이들이 한데 모여 하모니를 만든다는 점에서 ‘기적의 소리’를 내는 단체로 불린다.
기자는 지난 11일 오전 이들의 연습장소인 은성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이들은 오는 15일 오후 7시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리는 제8회 정기연주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연 부제는 ‘Memory’로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영화와 뮤지컬 OST를 연주한다. 뮤지컬 영웅의 ‘영웅’과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영화 파리넬리의 ‘울게 하소서’, ‘디즈니 메들리’ 등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도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공연은 유튜브 ‘문화복지 하음’을 통해 생중계된다.
하음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에게 음악 학습이 사회적 기술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바탕으로 2014년 결성된 예술단체다.
하음오케스트라 송수연 단장이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폐아들을 둔 송수연 단장이 10여 년 전 제주국제관악제에 초청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고 감명 받아 창단했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된 연주단체다.
송 단장은 “당시 연주하는 청소년을 보고 우리 아들도 음악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들은 하음오케스트라 초대 지휘자인 홍상기 선생님으로부터 색소폰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케스트라를 꾸렸지만 쉽지 않았다. 송 단장은 “단원들이 자폐 증상이 있기 때문에 서로 간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려웠다”며 “연주를 잘하는 단원도 여러 장애 특성이 나온다. 지휘자가 단원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자와 학부모들은 한마음으로 이들이 적응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단원들은 연습과 무대에서 연주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송 단장은 “자기 안에 갇혀 있던 발달장애인의 사회성을 키워주는 최고의 치료제는 합주”라며 “합주는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서로 간 호흡을 맞추고, 때로는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듣고, 기다리고, 소리를 작게 내 자신을 낮추는 등 함께 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은 물론 자신감도 키워진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처음에는 아들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작했다”며 “아들이 음대(백석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대학원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음악을 접하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원들은 무대에 서서 멋진 옷을 입고 관중들로부터 박수 받고 나면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송 단장의 최종 목표는 이들의 취업이다. 현재 단원 중 5명은 제주의료원 내 연주자로 취업한 상태다.
송 단장은 “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연주다. 단원 대다수가 20대로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이들이 연주자로 취업해 급여를 받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제주매일(http://www.jejumaeil.net), 김진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