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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스크랩] 발달장애 딸과 31년 동행…“‘우리 애도 저만큼’ 미래 꿈꾸도록”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8회 작성일 24-02-15 11:26

오한숙희 이사장과 딸 희나씨가 지난 3일 제주 자택 근처 산책길에서 찍었다. 오한숙희 이사장 제공 

오한숙희 이사장과 딸 희나씨가 지난 3일 제주 자택 근처 산책길에서 찍었다. 오한숙희 이사장 제공 


‘우리, 희나’(나무를 심는 사람들).

여성학자 오한숙희(64)씨가 네살 때 1급 중증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딸 장희나씨와 31년 동행하면서 겪고 느낀 바를 적은 책이다.

“중증 자폐 장애아 부모들에게 우리 애도 저 정도는 살 수 있겠구나 안심을 주고 싶었어요.” 책을 왜 썼느냐는 물음에 대한 저자의 답이다. “희나가 처음 자폐 판정을 받았을 때 누구도 저한테 아이가 앞으로 성장해 20, 30살이 되었을 때 어떤 삶을 살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사람 구실 못 하고 앞으로 평생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죠. 그런 절망의 말에 아이를 힘들게 하면서 온갖 치료에 매달렸죠.”

그는 지금 희나와의 삶은 오래전에 자신이 그린 미래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살 만해요. 언어 소통은 안 되지만 희나가 설거지도 하고 밥상도 차리고 물건 정리도 잘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주간활동센터에 가고 저녁에는 같이 밥 해먹고 산책하죠. 주말에는 올레길도 걸어요. 비장애 아이들과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아요.”

9년 전 희나를 위해 제주로 이주한 그는 2018년에 발달장애인과 다문화가정, 노년층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누구나’를 창립해 이사장으로 이끌고 있다. 희나씨는 20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에 힘을 쏟아 2020년에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지난 달 23일 ‘우리, 희나’ 북콘서트가 열린 인천 서구의 한 카페에서 저자를 만났다.

‘우리, 희나’ 표지. 

‘우리, 희나’ 표지. 

“아이의 장애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가진 부모는 아이를 정상화시키려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아이가 원치 않는 ‘치료’에 매달리면서 아이를 더 힘들게 하죠. 아이와의 소통도 어려워지고요.” 사실 이는 그의 ‘고해성사’이다. 그는 책에 딸의 ‘정상화’를 바라며 굿을 하기도 했고 물이 답이라고 해서 물값에 많은 돈을 들이기까지 했다고 썼다. “‘치료’자 붙은 것은 맛보기로라도 다 해보았어요.”

이렇게 아이의 장애에 절망하고 정상화만을 바라는 부모가 아이에게 끼치는 해악은 따로 있단다. “부모는 아이의 가장 좋은 파트너잖아요. 그래서 아이의 개성이나 장점도 가장 잘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장애라 부족하다는 색안경을 쓰면 장점이 보이지 않아요. 다 문제점으로 보이죠.”

그는 책에서 장애를 다름으로 보자고 제안했다. “희나는 어릴 때 조금도 비뚤어져 있는 꼴을 못 봤어요. 공룡 세트 장난감을 사 줘도 다른 아이들처럼 흩트려 놓고 놀지 않고 가지런히 줄 세웠죠. 놓은 순서도 늘 정해졌죠. 크레파스를 쓰고도 바로 제 자리에 넣었어요. 이걸 보고 놀이치료 교사는 집착이고 강박이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런 집착은 희나가 나이 들어 집안 일을 하면서 좋은 미덕이 되었어요. 희나의 손끝에서 우리집 찬장 속 반찬통이나 양말, 속옷이 모두 반듯하게 각이 잡혔죠.” 그는 “희나 덕에 집안이 깔끔하고 질서가 잡힌다”며 “희나는 원시와 미래, 혹은 두 세계의 주민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딸 4살 때 1급중증발달장애 판정
불안과 공포에 온갖 ‘치료’ 매달려
현재 삶, 진단 때 그린 미래와 달라
“정리 잘 하는 희나가 집 질서 잡아
속도와 경쟁 힘들어하는 희나는
원시와 미래 주민으로 사는지도

“활동 보조인 서비스 질적 개선을”

그가 장애는 다름이라고 깨달은 데는 5년 전 나온 번역서 ‘뉴로트라이브:자폐증의 잃어버린 역사와 신경다양성의 미래’(스티브 실버만 저, 강병철 역)의 영향이 크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폐증을 인류가 저마다 독특한 뉴로트라이브(신경다발)를 가졌다는 ‘신경 다양성' 개념으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그 책을 보고 불안과 절망에 시달릴 게 아니라 아이를 관찰하고 잠재력을 찾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이 책을 보고 8년 전 여든다섯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단다. “일흔 살 무렵 어머니는 어린 손녀를 보면서 ‘잠 잘 자고 화장실도 스스로 가고 배부르면 혼자 잘 노는데 희나가 왜 장애냐’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어요.”

그렇다면 희나의 다름은 뭘까? “매우 느린 친구이죠. 지금의 속도와 경쟁을 힘들어해요.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가 안 됩니다. 저와 길을 가다 말을 할 때도 제 턱을 자기 앞으로 돌리고 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요. 처음 본 사람과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친숙해지면 그 사람에게 순수한 애정을 주죠.” 그는 희나가 어릴 때 자신 때문에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면 “죄를 지은 것 같다”고도 했다. “저는 멀티형이었고 속도와 경쟁에 굉장히 익숙했어요. 희나를 존중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을 쏟았구나, 후회가 되더군요.”

오한숙희 이사장 뒤로 딸 희나씨가 그린 그림이 보인다. 강성만 선임기자
오한숙희 이사장 뒤로 딸 희나씨가 그린 그림이 보인다. 강성만 선임기자

지난 30년, 우리 사회가 장애를 보는 인식의 변화는 어떨까? “엠지 세대(20, 30대)에게 희망을 봐요. 속도와 경쟁에 지친 세대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서로 엠비티아이(MBTI)를 묻고 극소심형에게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들이 사회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더군요. 이 세대는 장애인에게도 ‘우호적 무관심’이 있어요. 버스를 탄 희나가 낯선 환경에 불안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 몸을 건드릴 때가 있어요. 그때 제가 그분에게 ‘미안해요’라고 하면 엠지 세대는 제가 아니라 희나를 보고 ‘괜찮아요’라고 말해요. 윗세대와는 다르죠. 사람들이 장애 감수성을 가질 때 좀 더 자유롭고 다정한 사회가 될 겁니다.”

그는 책에 “엄마가 엄마로서만 살 때 엄마도 아이도 위험하다”고 썼다. “장애 아이를 돌보는 일은 끝나지 않는 육아와 같아요. 전업주부들도 집에만 있으면 반드시 우울증이 오잖아요. 엄마의 정신이 피폐해지면서 장애 아이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엄마가 잠깐이라도 자신의 삶을 위해 기름을 충전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질 좋은 육아를 할 수 없어요.” 그는 정부의 장애인 활동 보조인 서비스가 ‘엄마의 충전’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이런 말을 보탰다. “활동 보조인 서비스가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질적인 측면은 개선이 필요해요. 지금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정도인데요. 앞으론 문화·예술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질적인 돌봄으로 갔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희나와 살면서 언제 가장 기뻤는지 물었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시선이 느껴져 희나를 보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요. 그 순간이죠. 내가 희나한테 사랑스러운 존재이고 순수한 사랑을 받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황홀한 교감의 순간이죠. 희나 너는 참 다정한 아이이구나, 그런 생각도 하고요.”

그가 이사장인 ‘누구나’에선 장애인과 다문화 가정, 노년층이 섞여서 예술 작업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는 8일엔 외부 지원을 받아 온라인 전시관도 연다. “다문화 가정 사람들은 한국말을 잘 못 하잖아요. 그래서 언어 소통이 어려운 발달 장애인들과 한국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쉽게 어울릴 수 있어요. 시니어들은 속도가 느린 점이 그렇죠.”

출처 : 한겨레,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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