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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스크랩] 발달장애학생, 통합학급 수업에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을까 / 이영수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94회 작성일 24-01-08 10:42

[편집자 주] 유명 웹툰 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교권을 뒤흔든 사건이라며 크게 공분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특수교사-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치부될 수 없다. 몇 언론에서 지적됐듯 특수교육 현장이 갖고 있는 오래된 어려움과 구조적 문제가 가시화된 것이다. 비마이너는 더 나은 교육현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하는지, 정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모아가고자 한다. 과거 특수교육 대상자였던 사람, (특수)교사, 장애부모, 장애인권활동가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연재한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청운초등학교 이영수 교사. 사진 제공 이영수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청운초등학교 이영수 교사. 사진 제공 이영수 


나는 2004년에 첫 발령을 받고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지금까지 여덟 번 통합학급 담임을 했다. 내가 20대 교사일 때는 학업성취도 평가로 지역별, 학교별 줄 세우기를 했는데, ‘학습부진아를 구제’하는 게 지상과제 같았다. 퇴근 시간까지 학생들을 남겨 가르쳤는데 장애가 있는 학생은 예외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성적은 반 평균에 들어가지 않았고, 학습부진학생 집계에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으니까 공부가 어렵지’ 생각했고, 통계에 들어가지 않으니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이때 만난 특수교육대상학생은 얼굴엔 표정 변화도 거의 없고, 공부에 의지가 없어 보였다. 쉬는 시간엔 자기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창가에 가서 운동장을 하염 없이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고, 체육시간 운동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을 때도 외딴섬처럼 혼자 떨어져 있었다. 수업시간엔 멍하게 있거나 꾸벅꾸벅 조는 모습, “공부를 못해도 열심히는 해야지”하고 내가 닦달할 때 눈물을 떨구던 아이의 창백한 얼굴이 생각난다.

이 학생들은 인지 문제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저학년 때부터 수업 결손이 누적되어 있었는데 열심히 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은 특수교육에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이 학생에게 하고 있는 방식이 맞는가?’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학급운영을 잘하는 선생님들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을 보면 죄책감을 느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했다.

2004년에 현장에 나온 나 역시 교대에서 장애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다. 한 학기 특수교육개론을 배운 기억은 나는데 방법을 배운 건 아니었다. 놀라운 건 최근 발령받은 신규교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내가 통합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발달장애가 있는 둘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이다. 입학 유예를 해야 하나 긴 시간 고민하다가 말도 서툴고 한글도 모르는 상태로 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친구들이 말이나 걸어줄까?’, ‘수업이 너무 어려울 텐데 뭘 하고 앉아 있을까’, ‘선생님의 지시에는 잘 따를까’ 염려가 되었다. 동시에 우리 반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의 어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리 지역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장학사님의 권유로 통합교육 시범학교인 ‘정다운학교’ 운영을 권유받았고, 4년 동안 일반교사 주도의 정다운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 특수교육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합학급 운영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과 책에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 중 ‘교수적 수정’을 들으며 “이거지!” 싶었고 우리 반에서 적용해 보려고 애쓰게 되었다.


교수적 수정의 종류. 이미지 제공 이영수 
교수적 수정은 통합학급 수업에서 특수교육적 요구가 있는 학생이 성취할 수 있도록 교수 환경, 교수 방법, 교수 내용, 교수적 집단화, 평가 방법을 수정 및 보완하는 것이다.

교수적 수정은 특수교사에겐 장애가 있는 학생의 개별특성을 고려한 수업을 하기 위해 매일 같이 적용하는 개념이다. 일반교사에게는 생소한 용어일지라도 알고 보면 교실에서 자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학년 학생에게 활자를 크게 프린트해 주는 것, 단어 시험 볼 때 친구들이 열 개 외울 때 세 개만 외워도 된다고 양을 줄여주는 것, 시험 볼 때 추가시간을 주고, 시력이 안 좋은 학생이나 산만한 학생을 앞자리로 옮겨 주는 것, 운동신경이 부족한 학생을 위해 허들을 낮춰주는 것, 수학을 잘 못하는 학생에게 또래도우미를 연결해 주는 것 등도 교수적 수정에 해당한다.

교수적 수정을 우리 반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1. 교수환경 수정

교수환경 수정은 물리적 및 사회적 환경을 수정하는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와 어수선한 시각 자극을 힘들어하는 학생의 자리를 맨 앞으로 옮겨서 불필요한 자극을 방지하고 교사와의 상호작용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짐볼을 가지고 놀 수 있게 했다.

2. 교수집단화 수정

학생들은 모르는 내용을 친구에게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친구를 짝으로 배정하고, 모둠 친구들에게 장애가 있는 친구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조사하고 보고서 쓰는 것은 어렵지만 가위질, 풀칠, 색칠은 할 수 있으니 그러한 역할을 맡기도록 지도했다. 협동학습을 하면서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질문해 주는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서 친구를 대하는 표정이 밝아지고, 학습에 흥미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3학년 과학. 학습목표를 ‘사막과 극지방에 사는 동물의 특징’이 아닌 ‘사막과 극지방에 사는 동물 이름 알기’로 수정하여 동물 그림에 단어(이름)를 붙였다. 사진 제공 이영수 
3. 교수방법 수정

교수방법 수정은 개별화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수활동, 정보제시 방법, 학습자 반응 양식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과제를 작은 단계로 나누고 양을 줄이고, 쉬운 활동 중심으로 수정할 수 있다.

친구들이 ‘나비의 한 살이’를 배울 때 특수교육대상학생은 알, 애벌레, 번데기, 나비 같은 어휘 익히는 걸 목표로 했다. 나비의 한 살이 교구와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름을 알려주었다. 폼폼이로 애벌레를 만들어 보고, 색칠하고, 그림자 찾기, 스티커 붙이기를 하면서 매시간 반복해서 지도하니 점차 단어와 그림을 연결하게 되었다.

여러 차시에 걸쳐 가르친 개념을 잊어버려 실망할 때도 있지만,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어쩌면 몇 년 후가 될 수도 있다) 개념을 알고 기능을 익힐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물론 스무 명 이상의 학생을 가르치면서 반복 지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특수교육지도사와 같은 분들이 절실하다.

4. 교수내용 수정

우리는 현재 능력에서 대략 4% 넘어가는 일을 할 때 몰입상태에 돌입한다고 하는데 통합학급 수업은 장애학생에게 40%, 400% 어려울 수 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이 친구들과 같은 수업목표를 성취하기 어렵다면 이 학생을 위해 수업 목표를 수정할 수 있다.



3학년 도덕. 분리배출 연습을 위한 교수적 수정. 사진 제공 이영수 
5. 평가방법 수정

학생들은 평가를 통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보상을 받고, 더 잘해야겠다는 자극도 받는다. 하지만 장애학생에게 평가는 어떤 의미일까? 비장애학생들과 같은 기준을 놓고 성취하지 못했다고 ‘하’만 주는 것은 ‘공정’한 것일까? ‘~을 할 수 없다’, ‘~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피드백만 받는다면 평가 때마다 실패하는 경험이 더해지며 학습에 의욕을 잃을 것이다. 정다운학교를 하면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생활기록부 임의입력란에 교수적 수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장애학생이 알게 된 것, 향상된 것을 기록해 주시길 부탁드렸다. 한 명을 위해 수행평가지를 수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수업시간에 교수적 수정한 내용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겼다가 임의입력란에 기록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학기 초 부모님, 특수교사와의 소통을 통해 학생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학습 준비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 좀더 학생에게 맞는 방법으로 교수적 수정을 시도할 수 있다.

수업이 너무 어려우면 학생들은 위축되고, 포기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한다. 우리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 후에야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 관심을 두고, 특수교사와 소통하고 어떻게 문제행동을 없앨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행동이 발생하기 전에 이러한 교수적 수정을 적용하면 수업 참여가 증가하고, 문제행동은 감소된다고 한다. 적은 노력으로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자신감과 흥미를 올려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통합교육 방법이므로 교사들이 자주 적용하면 좋겠다.

필자 소개

이영수.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청운초등학교 교사. 통합교육 시범학교 정다운학교를 운영(2019년~2022년)하면서 ‘교수적 수정’에 대해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다. 통합학급 운영사례를 정리해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통합교육 봄이 오나 봄’을 통해 나누고 있다. 2023년 10월에 책 『모두 참여 수업』(새로온봄, 공저)이 출간될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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