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크랩] 발달장애인이 일하면 '시간이 훅 간다?'
필자가 발달장애인에 대해 연설을 하다 보면 필자의 특성상 고용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고 그 이점에 대해 언급하면 으레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필자가 연설하는 표현을 빌리면 “발달장애인이 노동하면 결국 하루가 훅 갑니다!” 즉, 발달장애인 고용은 결국 하루를 완전히 의미 있게 보내줄 수 있게 하는 최적의 대안이라는 지점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필자의 14번째 직장 사무실에 있는 필자의 자리. ⓒ장지용
필자는 지난 2일 14번째 직장에 합류했고, 첫 근무를 마치고 옆자리의 상사가 필자에게 질문했다. “지용 씨, 오늘 일하니까 하루가 훅 갔죠?”라고 말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를 설명하며 이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필자의 강력한 연설 포인트 중 하나라는 설명은 덤이었다. 그렇게 필자가 가장 강력하게 경험한 것이 바로 노동 생활이 가장 하루를 의미 있게, 그리고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대안이라는 지점이다.
이미 장애인고용공단의 발달장애인의 일과 삶 실태조사 결과는 발달장애인의 고용이 결국 부모의 부양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알려줬다. 단지 시간 부담에 대한 통계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비용에 대해서도 나중에 관련 통계를 추산하면 재정적 절감은 어마어마할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가장 강력한 노동 경험 중 하나는 이렇게 지적하는 빠르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주말·휴일이 좀 더 느리게 지나가는 효과가 느껴질 정도였다. 평일에 노동하는 순간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일하다 보면 결국 엄청난 작업의 연속이다.
필자는 서류들을 검토하고 처리하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지난 2일에는 외부에서 요청 온 사안에 약식 대응을 진행하는 업무를 진행했는데, 몇몇 사안은 퍼즐을 풀 듯이 업무의 답을 찾다 보니 업무를 바로 집행하기에는 시간이 늦어버린 사태를 경험해봤다. 이 과정에서 상사와의 약식으로 진행되는 업무 회의는 덤이다.
그렇게 다시 오전 업무를 마치면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점심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러고는 오후 업무가 지나간다. 오후 업무시간도 결국 하다 보면 또 퇴근 시간이 되는 그런 순환의 연속이다. 필자마저 뭔가 일을 진행하고 나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 뒤였다.
흔히 삼매경(三昧境)이라 부르는 말이 있다. 서점에서 신간 서적을 보는 독자들을 촬영한 보도사진에는 으레 ‘독서 삼매경에 빠진 시민들’ 이런 투의 설명이 달리는 그럴 때 삼매경이다. 매우 집중해있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많이 쓰이는 그 단어다. 발달장애인이 노동하는 것도 마치 이런 느낌이 들 정도이다. 발달장애인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으면 필자도 이미 증명하고 있듯이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다.
각종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 등에서 이야기하는 결론은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낮 시간”을 구호로 내걸고 있지만, 이런 서비스들보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의미 있는 낮시간”이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자신이 결국 벌어서 먹고살 방법은 그렇게 나오게 되며, 노동은 했으니 경제적 수입은 생겨날 것이며, 그 경제적 수익은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덮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제적 수익으로 발달장애인의 생계는 자연히 꾸려지게 마련이다. 이미 필자의 생활비는 필자의 노동소득과 원고료 등 관련 활동 수당, 즉 필자의 노력으로 전액 충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시점에서 발달장애인 고용의 또 다른 이점인 ‘의미 있는 삶의 수행’은 발달장애인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라는 점은 언제나 증명될 수 있는 일이다. 발달장애인의 노동을 통해 삶은 한결 발전하며, 삶의 중심부가 생성되면서 자연히 노동을 통한 자신의 발전은 이뤄지기 마련이라서 그렇다.
필자가 주말·휴일·휴가 이런 시점이 아닐 때 일정이 없었던 시점에서 필자를 담당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언제나 그렇게 강조했다 . “지용 씨는 일하고 난 뒤에야 진짜로 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 때문이라도 지용 씨는 직장생활을 하세요. 그것이 진짜 치료이고 재활입니다.”
또한, 하루의 삶이 주말·휴일·휴가 같은 특수한 일정이 없는 한 자연히 하루 일정의 대부분이 채워지게 되면서 일정 편성 등의 장점이 생기고, 다른 것 등을 처분할 수 있는 다른 명분이 그렇게 생성될 수 있는 것도 발달장애인 고용에 있다.
유일하게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는 8시간 노동 기준 대부분의 복지관 등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 정도밖에 없을 정도다. 이런 지점은 차후 장애인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 등 직장인의 퇴근 후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점은 다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필자는 노동을 통한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삶을 실천하며 증명하고 있다. 그곳이 어디이든 간에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삶은 그렇게 하나하나 마일리지를 쌓아 올리듯이 올라간다. 그렇게 모인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삶은 발달장애인 사회를 발전시키며, 결국 그렇게 일부 집단이 요구하는 ‘장애인 권리예산’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 글이 알려진 뒤 여러분들이 평일에 읽게 된다면, 별 다른 일정이 없는 한 필자는 아침저녁으로 지하철로 통근하게 될 것이며 한낮에는 시내 어딘가 사무실에서 업무 삼매경에 빠져있을 것이다. 필자는 숱한 서류와 관련 자료의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 대가는 치러야겠지만, 그런 것을 덮고도 남을 삶의 행복은 그 대가를 견뎌내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필자는 계속 출근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쓰는 날이 평일이라면.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