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스크랩] 발달장애인에게 취업이란... "직장? 저축? 꿈 같은 이야기"

발달장애인 정준영 씨가 바리스타 학원에서 커피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영자 씨
“발달장애인 중 정규직 일자리에 취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취직한다 해도 1년 단기 계약직이 대다수고 결국 보호센터나 복지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직장에서 월급 받아 저축하는 삶은 꿈 같은 일이다.”
22살 발달장애 아들을 둔 송천욱(57·창원시 마산합포구) 씨의 이야기다. 송 씨 아들은 최근까지 장애인 인식개선 보조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계약이 종료되면서 2년여 간 일한 직장을 떠나야 했다. 이후 마산합포구청 장애인 일자리 공모에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다.
위 사례처럼 장애인 일자리 대다수가 1~2년 단기 계약직인 까닭에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서 일할 곳을 다시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한 장애 학생들은 이마저도 자리가 부족해 취업 현장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보고 있다.
송 씨는 “일하려고 하는 장애인은 넘쳐나는데 일자리는 복지관이나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나오는 몇 자리가 전부”라며 “단기 일자리에서 경험한 것들을 다음 직장에서 활용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경력이 단절되면 배웠던 것들도 퇴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직장이 구해지지 않으면 집에서 돌보거나 주간보호센터에 보내야 할 텐데 결국 가족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그런 상황이 지속했을 때 부모가 먼저 지치는 건 아닌지 걱정되고, 언론에 보도되는 장애인 가족 비극도 이런 환경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발달장애인 정준영(22·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경남혜림학교 직업교육 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다. 손재주가 좋은 정 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바리스타 1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때마침 지난 5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장애인 바리스타를 공개 채용한다는 소식에 정 씨도 지원했다. 서류, 면접 전형을 거쳐 실습 전형까지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전형이다. 하지만 정 씨와 어머니 이영자(50) 씨는 지원할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직업학교만 수료하면 취직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근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장애인 취직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당장 학교를 졸업하면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최중증 장애인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든 일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면서 “결국 부모가 죽으면 혼자 살아가야 하는데 근로소득 없이 단순 지원금만으로는 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장애인 일자리를 늘려 장애인 사회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뇌병변·언어 장애 아들을 둔 변성원(50) 씨도 “학교를 벗어난 장애인에게 직장은 사회와 소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돈을 바라서라기보다는 장애인에게는 매일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고 삶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인들이 일자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을 고용할 기업들은 요지부동이다. 기업들은 여러 제약과 적합한 직무가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 채용은 엄두도 못 낸다는 입장이다.
도내 한 방산 제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 1명을 고용하면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늘 수밖에 없는데, 그런 와중에 법적으로 정해진 근로 기준까지 맞춰야 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아무도 뽑으려고 하지 않는 셈”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일정 부분 임금을 보조해주거나 장애인 채용 때 근로 기준을 완화한다면 기업들도 장애인 일자리를 늘릴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처 : 경남 도민 일보,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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