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스크랩] 자폐 스펙트럼 장애, 이번엔 무대로… 뮤지컬 ‘앨리스’
뮤지컬 '앨리스' 공연 사진 ⓒ섬으로 간 나비
17살의 나영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나영에게, 수술을 해야하는 병을 알게 된 아빠는 어느 날 아빠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하는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날들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나영은 어른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신의 토끼 앨리스와 함께 원더랜드로 모험을 떠난다.
모험을 떠난 나영을 반기는 건 낯선 사람들이다. 처음으로 모험을 떠난 나영은 아빠가 가르쳐준 대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낯선 사람들은 다행히 나영을 선뜻 도와주고, 더 나아가 나영의 고민을 들어준다. 그 과정에서 나영은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나영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뮤지컬 '앨리스' 공연사진 ⓒ섬으로 간 나비
뮤지컬 ‘앨리스’는 ‘어른’에 대한 극이다.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나영과 어른이 되기를 원하는 피터 팬 건우를 통해 관객들은 ‘나도 저랬었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른’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현실을 바삐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에게 알려준다.
가족들끼리 보기 좋은 극이다. 나영이의 모험이 중심이기 때문에 나영의 아빠가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아빠가 중간 중간 나오는 넘버에서 보여주는 부성애가 인상적이다.
나의 작은 딸 이 세상이 너에게 상처를 줄까 두려워
나의 작은 딸 내 전부 너에게 나란 존재가 슬픔이 될까 봐 두려워(넘버 “나의 작은 딸” 중)
동화 속 세상, 나영이 그린 그림일기 속 세상처럼 그려진 무대가 눈에 띈다. 배우들의 안무도 율동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나영이의 시선에서 그려진 듯한 작품 속 세계는 조금은 유치해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이런 유치함 덕분에 관객들은 보다 더 나영이의 시선에 몰입할 수 있다. 이휴, 조치현, 박영수, 박건 등 출연, 윤상원 작/연출. 이해랑예술극장, 2월 26일까지.
뮤지컬 ‘앨리스’ 작/연출과 배우에게 묻다
작/연출 윤상원
Q.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소재를 어떻게 선택하게 됐는지, 다루면서 우려한 바는 없었는지.
A. 처음의 동기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기억 속에 자폐가 있는 친구가 있었고 그 나이가 들며 그 친구와 멀어진 흐릿한 기억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때 다가서지 못한 미안함으로 시작해 그와 같은 누군가를 응원하고 함께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저는 공연예술가로서 이 작품을 계기로 이 사회에 조그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작품을 만들면서 우려했던 점은 제가 당사자가 아니고 당사자 가족도 아니기에 이 이야기를 오해와 오류없이 잘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습니다. 해결책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당사자와 가족분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 이야기로 작은 변화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을 잃지 않고 작업에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작품을 준비하며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알게 되었고 당사자의 가족분들로 구성된 협회의 자문을 구하는 형태로 부족한 부분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Q. 무대가 동화 혹은 그림 속 세상을 꾸며놓은 듯 하고, 배우들의 안무나 동작 또한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이를 의도한 것인지.
A. 아빠인 기훈이 동화작가인 설정은 이상한 나라를 지금의 현실과 연결시키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영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를 그림으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안무나 동작이나 대사와 음악은 전부 나영이의 시선에서 시작된 판타지를 의도하여 배치했습니다.
배우 이휴
Q. 이 공연이 나영이의 모험을 다루고 있는 만큼 나영이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많은 장면에서 넘버와 연기를 소화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은지.
A. 공연에서 많은 양의 대사와 가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은 캐릭터를 만들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접근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주어져 있는 텍스트로 그들의 언어, 생각들, 특징들을 만들어내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해서 좀 더 나영이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 뮤지컬 ‘앨리스’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영과,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피터팬 건우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어느 쪽에 속했는지, 나영과 건우같은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지.
A. 저는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나영이에게 조금 더 공감이 갑니다. 어렸을 때 저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조금도 없었거든요. 전 지금도 어른이 되기 싫어요. 나영과 건우같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 저마다 힘들고 고민이 많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실을 인정하고 현재라는 모험을 최대한으로 즐기는 것이다”예요.
배우 조치현
Q.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뮤지컬 ‘앨리스’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하다.
A. ‘앨리스’라는 작품은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저를 위해 찾아와준 작품이었어요. 저도 매일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초본이 나왔을 때 만난 나영이는 저에게 있어 어려운 친구가 아닌 어쩌면 저의 내면에 있는 아이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나영이가 저를 선택한 느낌이었습니다.
Q.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연기하시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하다.
A. 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스펙트럼 장애를 둔 부모님들의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사회에서 섞이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하셨는지 알 수 있었죠. 짧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것들을 이겨낸 듯 보였어요.
같은 역에 캐스팅된 이휴 배우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기도 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어쩌면 더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관객분들께 나영이가 앞으로 걸어가려는 발걸음들이 얼마나 씩씩하고 용기 있는 일인지 전달된다고 생각했어요. 자폐가 있다는 것은 소통하는 방법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 우리와 같은 아이들이라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는 데에 사회의 성숙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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