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스크랩] “중증 발달장애인도 자립지원하면 홀로서기 가능해요”
류승연 작가. 푸른숲 제공
홀어머니와 함께 살던 발달장애인이 있었다. 늙은 어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쓰러져 돌아가셨고, 발달장애인은 시신 옆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어머니 곁을 지키던 아들은 배고픔에 지쳐 집 밖으로 나와 길거리 생활을 시작했다. 한 사회복지사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 그의 노숙 생활은 계속됐다.
이 같은 뉴스 속 사연이,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신이 자녀보다 하루 늦게 죽기를 소망하는 이유이다. 세상에 자식이 자신보다 먼저 죽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발달장애인 부모는 자녀가 자신보다 오래 살길 바라는 소망을 가질 순 없을까?
발달장애 아들 자립 해법 찾아 취재
이 화두를 오래 붙들고 해법을 고민한 결과를 최근 ‘아들이 사는 세계’(푸른숲)라는 책으로 내놓은 류승연 작가를 지난 24일 서울 공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보통 중증 발달장애인은 시설에 살지 않는 한 부모가 떠난 뒤에 삶이 막막해지는데, 취재 결과 중증 장애인도 자립지원시스템을 통해 자립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며 “이걸 널리 알리기 위해 책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신문사 취재기자 출신으로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이 부모 품을 떠나서 살 수 있는 곳이 시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국의 관련 단체와 시설, 공공기관 등의 문을 두드리고 만났다. 아무리 좋은 건물에 살고 삼시 세끼를 공짜로 준다고 해도, 시설에 살고 싶은 비장애인은 없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혼자서 생활을 꾸려나가기 어려운데, 독립된 집에 살면서 다양한 생활지원을 받는 게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원주택’ 같은 자립지원모델이다.
‘지원주택’은 집과 서비스가 결합한 모델이다. 예를 들어 한 빌라에 총 8개의 세대가 있다고 한다면, 7개의 세대에는 장애인이 따로따로 들어가서 산다. 그리고 나머지 한 세대는 ‘지원센터’다. 여기에 사회복지사와 지원인력이 상주하면서 장애인들이 각자의 생활, 재활, 직업 등을 꾸려갈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하반기 기준 280여 호가 운영되고 있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긴 하지만, 중증 장애인도 이 모델을 통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희망적인 모델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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