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스크랩] 발달장애인 대학진학률과 일자리를 '가성비'로 엮어본다면?
2023년 국내 대학 재학 장애학생 수는 10,151명(4년제 8,572명/2·3년제 1,579명, 대학알리미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들 중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몇 명일까?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결과 대졸 이상 장애인의 고용률은 2023년 상반기 기준 약 60% 정도이다. 즉, 장애인의 대학 졸업이 결국은 소용이 없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장애 대학생들의 취업 결과는 영 신통치 않다. 게다가 장애인 채용 공고를 보면 대학 졸업 이상 학력자를 찾는 경우가 간혹 있으나, 결과적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채용 공고에서 대학 졸업 이상 장애인의 고용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또한 아직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워크투게더에 올라오는 ‘간편우리지사채용정보’ 코너에서 대표적인 단순 직무인 미화직 채용 공고가 올라오지 않는 날은 거의 없다.
장애인의 낮은 대학 진학 비율의 원인 중 하나는 발달장애인의 비중 확대로 인한 것도 있지만, 최근 발달장애 대학생의 증가로 이를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왜 이리 발달장애계는 대학 진학에 비장애인들처럼 열의가 없을까?
필자의 대학 재학 시절 강의 수강을 위해 필기를 시작한 상황. ⓒ장지용
물론 대학 진학과 이후 학업 수행을 버텨낼 역량의 부족도 원인일 수는 있다. 어느 발달장애인의 보호자는 자신의 글에서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을 한다면 특수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술회했지만, 대학은 그런 수준을 아득히 넘는 존재이다.
대학은 수업 시간표부터 내가 직접 짜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수강신청 기간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물론 몇몇 대학은 장애학생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대학마다 다르니 표준화할 수 없다.
그러한 학업 수행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왜 발달장애인은 대학에 갈 상황이 안 될까? 그 외 새로운 이유가 있다면, 다른 장애 유형에서도 그렇지만 대학 진학이 장애인에게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대학 졸업은 그야말로 사회생활 면허증에 가까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졸 취업을 늘리려는 정부의 의도는 사실상 실패했다. 사회적 환경이 사실상 대학 졸업을 하지 않으면 사회생활 면허가 없는 존재로 만들었고, 고졸자가 이익을 보며 업계에서 평판이 좋고 초봉 3000만 원을 보장받는 직장은 웃기게도 ‘프로야구 선수’ 정도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한국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사실상 고졸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대학 진학률이 오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요부족’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큰 이익을 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일반적인 직장에 간신히 최저임금이라도 받고 출근할 수 있고, 8시간을 보장받는 것 정도밖에 없다. 게다가 발달장애인 특화 일자리라는 것의 대다수는 대졸 발달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직 등 일자리 설계가 대졸자에 맞춰져 있지 않다.
문화예술 같은 일부 직무는 원래대로라면 예술대학 졸업자 등 체계적인 예술교육을 받은 자가 맡는 것이 맞지만, 발달장애인 예술계는 사실상 ‘솜씨 자랑’ 수준으로 전락했다.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이고 운이 좋아야 대학 진학은 아니더라도 체계적인 예술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발달장애인이 예술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지만, 그러한 이들이 발달장애 예술계의 주전을 맡고 있지는 않다. 유망하다는 분야에서도 결국 발달장애 대졸자들은 하나의 그룹을 형성할 수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사실상 발달장애인의 대학 진학률도 낮고, 결국 발달장애인 일자리 수준도 결국 낮아지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체장애인의 대학 진학 비율이 오른 것도 결국 장애인 의무고용 정책 등의 영향으로 대졸자 수요가 장애계에도 불어닥친 영향이 크다. 그렇지만 아직 발달장애인들에게까지 대졸자에 대한 수요는 불어닥치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는 역량이 맞지 않아 적용하기 어렵지만, 최근 이공계열 일자리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관련 전공에서조차 발달장애인의 진출이 아직은 저조한 상황이라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비장애인들은 이공계열 입시 인기가 올랐지만, 아직 발달장애인에게는 사회복지학과가 대세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발달장애인 중 이공계열에 소질 있는 경우 이공계열 전공 진출까지도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부 재단 등을 중심으로 이공계열 전공 장애대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 중인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발달장애인 일자리 수준의 고급화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발달장애인 일자리 제공 수준으로는 대학 진학을 자극할 수 없다. 현재의 단순직 위주의 일자리의 수준을 고급화해 발달장애인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올려야 하고, 특히 대학 진학자들이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선택해도 고급 직무에 유입되게끔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바리스타, 미화, 제과제빵 같은 부류는 아니며 일자리 진입을 위해서는 적어도 전문학사 이상의 학력이 필요한 수준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학력 수준은 곧 삶의 수준과 직결될 수준이기에, 대졸 발달장애인에 걸맞은 일자리 부족은 결국 저조한 발달장애인 대학 진학률과 발달장애인의 낮은 삶의 질까지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대학 진학률을 올리기 전에, 대졸 장애인에게 걸맞은 일자리도 함께 따라오면 자연히 발달장애인 대학 진학률도 오를 것이다.
특히 대졸자 수요가 많은 대기업과 공공분야 등을 중심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채우기 어려워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를 대졸 발달장애인 등의 인력을 활용할 방법만 찾으면 충분히 대기업이나 공공분야의 장애인고용 관련 지표 개선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결국 발달장애인 대학 진학에 대한 자극제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견인차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발달장애인의 낮은 대학 진학률의 이면에는 물론 학업 수행 능력 등의 문제도 물론 있겠지만, 대학 진학이 일자리 등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가성비 부족’에 원인이 하나 더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 대학 진학률 증가를 위한 지원 정책에서 의외로 중요한 것은 결국 ‘발달장애인 대학 진학의 가성비 증가’, 즉 발달장애인 일자리 고급화와 발달장애인 대졸자의 고용시장 진입 활성화, 대기업과 공공분야 등을 중심으로 한 발달장애인 채용 증대가 과제일 것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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