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990.8-조23ㅈ
장영실
조대현 글 ; 장인한 그림
2007|효리원
ISBN : 9791198502827
대신들의 얼굴에 수만 감정이 교차하며 나타났다. 모두 놀랍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장영실을 깔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임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경들이 보는 바와 같이 이렇게 자격루를 만들었는데 비록 짐의 가르침을 받아서 만들었소만 장 사직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오. 장 사직은 내가 한 가지를 말하면 열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오. 내가 생각하면 장 사직은 눈앞에 그 실물을 보여 주오. 지금 경들이 보는 것처럼 말이오.”
대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임금은 옥음을 이어 나갔다.
“내 아는 바로 원나라 순제 때에 저절로 울리는 물시계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소. 하나 그 정교함이 장 사직의 정교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소. 이제 우리 조선의 시간이 만들어졌소이다. 길이 만대에 전할 이 위대한 기물을 만든 장 사직이 공이 크므로 호군의 관직을 더해 주고자 하는 바이오.”
파격이었다. 관노 출신 장영실이 정4품 호군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장영실이 해냈고 임금은 호군으로 화답했다.
- 송재찬(동화작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