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813.7-김38ㄷ
다이너마이트
김민령, 김선정, 김중미, 김태호, 박하익, 박효미, 이금이 글 ; 이윤희 그림
2021|사계절(사계절출판사)
ISBN : 9791198890580
이제야 난 기도해
아버지의 바람이
반짝이기를
세상을 비추기를
“세상은 식어 가지만 우리는 불이 될 거예요”
탄광촌 소녀의 성장기를 담은 정지민 시인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여덟 번째 작품으로 정지민 시인의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가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은 계간 『문학 나무』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석탄』을 출간한 정지민 시인의 첫 청소년 시집으로,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탄광촌에서 광부의 딸로 자란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청소년 독자에게 닿기를 바라는 따뜻하고 단단한 언어로, 한 시대를 지탱했던 탄광촌의 모습을 세밀하게 포착한 것이다.
정지민의 시 세계는 탄광촌에서 보낸 청소년기의 기억을 아우르는 애틋함으로 가득하다. 이 시집은 탄광이 곧 “국가 경제 동맥”(「이것은 국가 경제 동맥이었다」)이었던 시절에 자라난 한 소녀의 성장담인 동시에, 근현대 산업화 시대를 살아 낸 이들의 이야기까지도 내포한다. 시인은 “세상이 얼어붙어도 따뜻”할 수 있고, “가난해도 나눌 수 있다는”(「희망 사택」) 사실을 배우며,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 낸다. 시인이 회상하는 그 시절은 가난하여 불편하기는 하여도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기에 춥고 어둡지만은 않았다. “구름을 찢는 발파 소리”(「풋이별」) 가 울려 퍼지던 나날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온기가 희망의 불씨가 되어 삶을 지탱해 준 것이다. 우리는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가난이 단지 결핍의 근원이 아니라 사랑과 존엄을 지켜 낸 사람들의 삶의 흔적임을, 바로 그 속에서 하나의 시 세계가 태어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곁을 지켜 준 이들이 있기에, 공포의 대상이었던 다이너마이트 소리는 곧 세상을 깨우는 신호로 변모한다. 이에 화자는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세상 어둠 깨는/다이너마이트 하나 들겠다”(「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라고 다짐하며 불꽃 같은 각오를 새긴다. 이는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이 되려는 존재의 자기 선언인 동시에, 오늘을 힘겹게 버텨 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가 된다.
애석하게도 삶은 우리에게 행복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내리는/함박눈”은 여전히 “녹지 않는”(「함박눈」) 상태로 마음 한편에 상흔을 남기지만, 우리는 각자의 고난을 조금씩 끌어안은 채로도 살아갈 수 있다. 시인은 살아 있다는 것이 끝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도 우리에게 다정한 물음을 건넨다. “어떻게 살고 있니?”(「시인의 산문」). 이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사려 깊은 인사말이 된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여리고 작은 것들을 품어 내는 따듯한 위로와 연민”(한명숙, 추천사)이 가득한 이 시집은, 한 사람의 기록을 넘어 각자의 아픔 속에서 인내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힘든 기억은 오래 잠들더라도 언젠가 더 큰 빛을 내뿜을 수 있음을, 시인 자신이 그러했듯이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와 함께 어디서든 희망을 터트릴 수 있기를 응원하는 격려의 마음이 따뜻하다.
이 책을 펼친다면, 어둠을 품은 탄광촌에서 자란 소녀가 삶의 불꽃으로 피워 낸 희망의 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