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세련된 언어와 필치로 그려낸 에세이집. 에세이스트이자 시인인 노정숙이 지난 십 년 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을 간추려 '아포리즘 에세이'로 엮은 것이다. 작가는 산문시를 연상케 하는 80편의 짧은 글 속에 그의 눈에 담겼던 세상의 다양한 표정들과 시적 전율의 순간을 적절히 배합해 녹여낸다.
각각의 글은 원고지 2매를 넘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그 여운은 옛날 앨범을 천천히 넘기고 난 뒤의 느낌처럼 길고 아득하다. 기교나 꾸밈없이 진솔하게 벼려낸 문장은 이분쉼표로 부는 9월 저녁의 바람을 닮았다. 세상을 관조하는 따뜻하고 웅숭깊은 작가의 시선이 본문에 함께 곁들인 마흔 컷의 모노톤 사진들로 더욱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