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388.30-이14ㅂ
바리데기
이경혜 글 ; 신진아 그림
2002|교원
ISBN : 9788971999684
우리 문화의 원형으로 만나는 바리데기
어린아이 동화책에는 신화 이야기로, 초등교과서에는 전래동화로,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고전소설로 소개되는 바리데기는 무당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베리데기굿에서 발원한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는 바리데기의 원형을 만나자!
한국 문화의 원형, 바리데기
「바리데기」는 전래동화로, 신화로, 고전소설로 친근하고 쉽게 소개되고 있지만, 정작 원래의 글은 방언이 많이 쓰인데다 구전되어 온 것을 채록한 터라 별도의 해설과 번역이 필요한 난해한 텍스트다.
「바리데기」는 서사무가(敍事/巫歌), 즉 ‘굿판에서 불리는 이야기노래’이며 ‘구술 전승과 문자 기록의 경계’에 있는 텍스트다. 대부분의 현대 한국인에게, 특히 도시민에게, 서사무가가 구연되는 굿판과 구술은 번역이 필요한 낯선 문화다. 하지만, ‘무속’(巫俗) 혹은 ‘무교’(巫敎)라고 칭하는 문화는 한반도 내에 불교나 유교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20세기까지도 한국 민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처럼 부족국가 시대의 제천의식도 국가의 안녕과 풍작을 기원하는 일종의 ‘나라굿’이다. 「바리데기」는 오랜 세월 우리 문화의 원형으로 존재해 온 무속 신앙의 텍스트다.
「바리데기」는 넋굿의 일부로, 종교성이 강하다. 실제로 넋굿이 행해지는 현장에서, 적어도 망자의 가족들에게 텍스트가 갖는 주술성과 신성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굿판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일반 청중에게는 「바리데기」 텍스트가 갖는 문학적, 오락적 성격이 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조선 시대에 다양한 기록문학에서 소외되었던 하층민, 특히 여성들에게, 굿판에서 구연되는 「바리데기」 텍스트는 종교의 영역을 넘어 흥미 있는 문학이었다. 무속이라는 전승 배경을 떠나서는 「바리데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동시에 그것이 문학 텍스트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리데기」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는 무가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리데기」 각편(서사무가에서는 version이라는 표현 대신 각편이라는 용어를 쓴다)은 90여 편에 달하며, 이 책에서 선택한 각편은 1976년 경북 영일에서 김석출 무당이 구연한 ‘베리데기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