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813.5-김32ㄱ
구운몽
김만중 지음 ; 이규희 엮음 ; 서숙희 그림
2003|지경사
ISBN : 9788928521524
·구·운·몽, 굵고 단아한 글씨체다. 경기도 화성군 장안면 사곡리 흥천동 가평 간씨 집성촌인 궁벽한 마을, 17살의 간소저(간동학)가 단정히 앉아 〈구운몽〉을 필사하고 곱게 배접한 책의(冊衣, 책표지)에 먹을 듬뿍 찍어 제목을 쓰는 중이다.
잠시 멈칫하더니 내지에 몇 자를 더 적어 넣는다. “허수이 간슈마쇼. 규중의 보ᄇᆡ로다.” 간소저의 선연한 필적은 〈구운몽〉에 등장하는 팔선녀만큼이나 필획이 경쾌, 발랄하다. 필자에게 대고모 되시는 이니는 내가 아는 한 〈구운몽〉을 필사해 놓은 분들 중 유일하게 나이와 사는 곳 신분을 정확히 밝힌 여성이다.
세월이 흘렀고 국문학, 그것도 고전소설을 전공하며 이 〈구운몽〉을 공간하고 싶었고, 결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필자에게 대고모 되시는 간소저(간동학) 할머니께서 이 책을 필사한 나이는 꽃다운 17세였다. 그니는 규중 처자의 몸으로 왜 이 〈구운몽〉을 번역(등서)하였을까? 혹 여성이기에 저 자유로운 팔선녀를 동경해서는 아니었을까?